revised at 2018-10-28, 2018-11-11, 2019-11-01, 2019-11-03
황매산에서는 봄에는 철쭉제가 열리고 가을에는 억새축제가 열린다. 억새가 절정을 이룬 날 저녁시간에 황매산을 찾았다.
황매산은 정상이 해발 1,000m가 넘는 상당히 높은 산으로 지리산에 인접해 있다보니 왜소하게 보일 뿐이지 사실 다른 지역에 있었다면 그 지역을 대표할 정도의 큰 산이다. 황매산을 경남 합천의 대병 방향에서 오를 수 있는데 이 길은 아스팔트로 잘 정비되어 거의 8부 능선까지 차량으로 오를 수 있다. 반대편인 경남 산청의 차황에서 오르는 길은 다소 덜 정비되어 시멘트 길을 상당히 위험하게 올라야 한다. 양쪽 다 산 정상 8부능선에 주차장이 크게 조성되어 있다.
합천방향의 주차장에 주차하고 살펴보면 황매평전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숲은 거의 없고 비스듬한 산 능선의 평지가 온통 억새풀로 덮여있어 은빛 장관을 이룬다.
저녁시간 억새는 역광을 받아야 은빛으로 빛난다.
11월의 첫날, 오후 4시가 지나니 서쪽 능선으로 해가 넘어가기 시작한다. 부드러운 햇살을 받은 황매평전의 여기저기는 빛과 어둠이 교차하면서 입체감이 돋보이기 시작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양지가 엄지가 되고, 엄지였던 곳이 양지로 바뀌면서 시시각각 대 평원을 다른 모습으로 연출한다.
더넓은 평원에 펼쳐진 억새는 넘어가는 부더러운 햇살을 뒤에서 받아 더욱 은색으로 빛이 난다. 가을의 억새는 꽃대도 꽃술도 풀잎도 수분이 빠지면서 얇아지면서 빛을 많이 투과시키게 되고, 남아있는 멜라닌 색소가 반사되면서 다양한 색을 연출하는 것이다. 반대로 빛을 앞에서 받은 억새는 투박한 갈색을 띄면서 볼품 없은 그림이 된다. 2019-11-01
드넓은 황매평전은 은빛평야가 된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온 산이 은빛 비단을 깔아 놓은 듯 아름답다. 이곳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이 자주 있는데, 아마 탁터인 깨끗한 화면을 촬영하기에 이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특히, 사극 같은 경우는 건물이나 전봇대 등이 있으면 곤란한데, 황매산에는 그런 것들이 없이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아랫쪽 능선은 부더럽게 곡선을 이루며 형성되어 있고, 정상부의 능선은 암봉으로 거친 산악의 면모를 자랑한다. 이곳에서는 앵글에 따라 전혀 다른 구성을 연출할 수 있어 좋다.
황매산 주능선 기준으로 합천군과 산청군으로 나뉘는데, 억새밭은 주로 합천군 지역에 해당한다. 이곳에는 예전에 목장으로 개발되어 축산을 하다가 합천군이 정비를 시작하면서 이제는 공원지구가 되었다. 합천군은 황매산 주변을 관광 휴양지로 개발하는데 아낌없이 투자하여 도로와 주차장을 잘 정비하였고, 아담한 연못과 도랑을 설치하고 주변에는 다양한 조경을 하여 쉼터로 다듬고 있다.
새벽 여명부터 아침시간의 황매산 억새
새벽 아침여명을 배경으로 하는 억새는 오히려 은빛이 뚜렷하게 대비되면서 새로운 느낌을 준다.
2018-10-28
아침 해가 떠오르고, 비스듬히 역광을 받은 억새의 은빛이 더욱 반짝인다.
역광으로 어슴프레 윤곽을 드러내는 산거리메와 어울리는 은빛 억새
빛을 비추는 태양이 높아지면서 더욱 바짝이는 억새평원
봄철 화려한 철쭉꽃밭 위에 얹혀있던 황매산성은 이제 그 화려함을 내려놓고, 갈색 풀잎과 함께 땅과 하늘의 경계를 구성하고 있다.
황매산을 내려와 차황으로 넘어가는 길가에는 만암마을이 있다. 이 만암마을에서는 산청방향의 황매산을 완벽하게 조망할 수 있다. 그래서 이겠지만 고개를 넘기 전에 길가에는 나무데크를 이용해서 조망대를 꽤나 크게 만들어 놓았다.
나의 6대조 할아버지의 산소 벌초를 하면서 비석에 적힌 호와, 할아버지의 문집인 ‘만암집’을 볼때마다 왜 호를 ‘만암’으로 했을까 궁금해서 아버지께 물어 본적이 있다. 아버지 말씀이 놀랍게도 그 만암과 여기 만암마을이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사연은 당시 강누마을에 사시던 만암 할아버지께서는 난을 피해 가솔을 이끌고 피난을 하신 곳이 이곳 만암마을 이였기에 자신의 호를 만암으로 하게 되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그래도 나의 내력에는 이곳도 중요한 하나의 포인트가 된다. 내가 자주 황매산을 찾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황매산 주능선 산행코스도 일품이다.
11월 3일에는 산청군 차황에서 올라 황매산 주능선을 따라 정상과 삼봉을 거쳐 8부능선으로 합천방향으로 한바퀴 도는 코스를 택했다. 미세먼지가 시야를 다소 가리기는 했으나 해발 1천미터의 능선에서 조망하는 동서남북의 산그리메는 모처럼의 산행의 수고를 보상하고도 남는다. 2019-11-03
능선의 암봉들은 여느 악산의 암봉에 뒤지지 않는다. 황매산과 아래 오른쪽 사진의황매삼봉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진다고 한다.
예로부터 황매산은 수량이 풍부하고 온화한 기온으로 황은 부를, 매는 귀를 의미하고 전체적으로 풍요로움을 뜻하여 황매산에 들어오면 굶어죽진 않는다고 전해진다. 이 곳 삼봉은 황매산 정기를 이곳으로 총 결집하여 세사람의 현인이 태어난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곳으로 누구나 이 세 봉우리를 넘으면서 지극정성으로 기원한다면 본인이나 후손들 중 훌륭한 현인이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