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과 지리산에서 발원하여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경호강, 그 강변에 지역민들이 유채꽃을 심어 거대한 유채꽃밭을 일구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 유채꽃축제가 몇해 전부터 개최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제 시간에 맞춰서 찾는 것이 그리 쉬운일은 아니였기에 이번에는 제대로 시간을 맞춰서 찾았다. 하늘은 맑고 푸르고 땅에는 유채가 노란 대지를 연출하여 멋진 조화를 이룬다. 그 가운데 구름 한점이 백마산과 적벽산을 여유롭게 넘는다.
만발한 유채꽃을 탐하는 벌들을 주제로 영상 한편 만들어 본다.
꿀벌은 봄 꽃을 희롱하고 봄꽃은 봄바람에 한들그릴만큼의 꽃대를 늘어뜨리고 꽃가루를 흩뿌리며 바쁜 벌들의 애를 태우면
벌들은 더욱 서두른다.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서로가 노력하는 과정에서 서로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자연의 이치는 영원히 상승작용을 하며 더욱 발전할 것이다. 벌은 노력한만큼 꽃가루와 꿀을 얻어 무리를 부양할 수 있고 꽃은 꽃가루와 꿀을 제공하고 결실을 얻으니…
그러나 어느 일방의 노력이 다른이의 욕심을 채우는 것으로 끝난다면 그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까?
원지 경호강변의 유채꽃밭에서…
저 공사가 끝나면 적벽산은 어찌될까?
적벽산 아래 옛 국도 3호선 길은 직벽 바로 아래에 길이 나 있어서 항상 위험을 안고 있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 도합 9년을 이 길로만 매일 다녔다. 다른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가 많이 오거나 하면 산위에서 큰 바위가 굴러 떨어져 있어서 버스가 못다니는 일이 허다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떨어질 바위는 거의 다 떨어지고 가끔씩 돌이 굴러 떨어져 지나가는 차량에 해코지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위험한 일이다. 산청군이 궁리 끝에 내 놓은 방안이 콘크리트로 벽과 천장을 만들어 소위 콘크리트 굴을 만들기로 하고, 지금은 그 공사가 한창이다.
어린시절 저길을 매일 다닌 1인으로서 아쉬움도 크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지금은 조금만 둘러가면 국도 3호선 새길이 잘 되어 있으니 차량은 그 길로 다니면 될터이고, 어쩌다 지나는 보행자가 과연 어쩌다 떨어지는 그 돌에 맞을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지?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아쉬움을 갖는 것은 저 길을 어린시절에 매일 다니면서 얼마나 많은 상상을 했던가 모르겠다. 저 바위 골짜기 어느 한곳에 유토피아로 향하는 출입문이 있고, 그곳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생길 것인가 등등을 상상하며 다녔던 그 길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 섭섭하고, 지나다니다 보면 바위 절벽 곳곳에는 누군가가 새겨놓은 한자 글씨도 있고, 비석도 있었다. 뭔가 의미있는 것일텐데 이것들은 어찌하나 모르겠다.
무심한 적벽강물은 흔들리는 유채꽃을 뒤로하고 흘러간다.
그사이 적벽산의 뒤를 돌아 날아온 구름 조각은 원지마을 위를 배회하고 있고, 적벽강을 따라 흘러온 맑은 강물은 경호가을 따라 남강으로 흘러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