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산 아래 옛 국도 3호선 길은 직벽 바로 아래에 길이 나 있어서 항상 위험을 안고 있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 도합 9년을 이 길로만 매일 다녔다. 다른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가 많이 오거나 하면 산위에서 큰 바위가 굴러 떨어져 있어서 버스가 못다니는 일이 허다했었다. 그러나 요즘은 떨어질 바위는 거의 다 떨어지고 가끔씩 돌이 굴러 떨어져 지나가는 차량에 해코지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위험한 일이다. 산청군이 궁리 끝에 내 놓은 방안이 콘크리트로 벽과 천장을 만들어 소위 콘크리트 굴을 만들기로 하고, 지금은 그 공사가 한창이다.
어린시절 저길을 매일 다닌 1인으로서 아쉬움도 크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지금은 조금만 둘러가면 국도 3호선 새길이 잘 되어 있으니 차량은 그 길로 다니면 될터이고, 어쩌다 지나는 보행자가 과연 어쩌다 떨어지는 그 돌에 맞을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지?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내가 이렇게 아쉬움을 갖는 것은 저 길을 어린시절에 매일 다니면서 얼마나 많은 상상을 했던가 모르겠다. 저 바위 골짜기 어느 한곳에 유토피아로 향하는 출입문이 있고, 그곳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생길 것인가 등등을 상상하며 다녔던 그 길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 섭섭하고, 지나다니다 보면 바위 절벽 곳곳에는 누군가가 새겨놓은 한자 글씨도 있고, 비석도 있었다. 뭔가 의미있는 것일텐데 이것들은 어찌하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