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마지막날, 마지막 잎새들과 함께…
계절을 구분할때 9, 10, 11월까지를 가을이라고들 한다. 12월 부터는 본격적으로 겨울에 접어드는 것이다. 따라서 11월 30일은 올해 가을의 마지막 날인 것이다. 봄과 가을은 아마추어 사진사들 에게는 활력이 넘치는 계절이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사진사들은 풍경을 찍는데, 전문 사진사들 처럼 전문 모델을 섭외해서 작업을 할 수도 없고, 누군가의 의뢰가 있어서 피사체를 확보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길거리를 헤매면서 아무나 찍어댔다가는 봉변당하기 딱 좋은 세상이기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풍경사진이 무난하다. 그러니 누군가가 좋은 사진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면 이곳이 어딘지 찾아서 도전해 보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래서 봄 가을에는 멋진 사진들이 인터넷에 넘쳐난다.
무주, 진안, 장수를 흔히들 “무진장”이라고 한다. 80년대초 자전거 하이킹을 하면서 “무진장여객”이라는 버스를 보고 한참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무진장여객” 버스는 이지역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이곳 무진장 지역에는 금산과 연결되는 용담호가 있는데, 늦가을 운치있는 물안개와 단풍이 어우러져 가을사진 명소로 잘 알려져있다. 이 지역은 고원지대로 교과서에는 “진안고원”이라고 하며, 해발 고도가 높아 가을에는 물안개와 서리가 단풍잎과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좋은 피사체가 된다.
나는 11월 30일, 올해 가을의 마지막 날에 용담호의 생태공원을 찾았다. 남들 다 찍는 용담호 물안개와 단풍인데 미루고 미루다가 다 늦은 시기에 찾게 된 것이다. 역시나 가을의 끝날이라 얼씨년스러운 분위가가 느껴졌다. 호수 주변의 나무들은 잎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드러내고 있고, 쌀쌀한 바람이 불어와 호수에는 잔잔한 물결을 만들어 낸다. 사람은 없고 간혹 지나가다가 들린 사람들도 휙 둘러보고 그냥 간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메타세과이어 나무와 억새는 그래도 나름의 자태를 뽐내고 있고, 앙상한 가지들 마다에는 마지막 잎새들이 마지막 남은 수분을 나뭇가지와 교류하며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이곳 사람의 말에 의하면 2주 전까지만 해도 주말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사진을 찍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외면받는 신세라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화려한 잎새로 수 많은 사람들의 눈을 홀렸을 나무들과 풀잎들 그리고 바람에 일렁이는 잔잔한 호수의 물결을 어떻게 든지 잘 짜맞춰서 그림을 만들어 보고자 두세시간 넘게 애를 써 보았다. 어쩌면 직장생활의 마무리를 잘 해야 하는 시기에 있는 나로서는 이들 마지막 잎새들의 처지와 서로 통하는 뭔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다른 때보다 더욱 정성을 들여본다. 그러나 부족한 실력은 어쩔수 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