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오게 되면 대부분 업무상 출장이나 연수, 세미나, 단체여행 등의 목적을 가지게 되므로 주요 관광지나 체험시설을 위주로 들리게 된다. 어떤 이들은 같은 장소를 여러번 들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 역시 혼자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둘러볼 기회가 없었기에 이번에는 그냥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제주시내의 명소들을 걸어서 찾아 나섰다.
새벽에 호텔 베란다에서 볼수 있는 광경은 낯설고 새롭다. 겨울 제주 바닷가는 세찬 바람으로 잠시도 나가 있기 어렵다. 그러나 호텔 베란다에서는 한결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새벽 서쪽하늘로 저물어 가는 보름달과 밤샘 조업에 여념이 없는 어선들과 어부들의 움직임도 망원렌즈로 담을 수 있다.
날이 밝아오자 제주의 뱃길과 바닷길이 분주해진다. 쪽빛 바다와 똑같이 쪽빛을 띄는 하늘에 비행기와 배들이 움직이며 변화를 준다. 저건 여객선? 화물선? 어선? 제주항공?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한참을 멍때리고 쳐다보면 마치 개미가 꼬물꼬물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다가도 제트엔진 내뿜는 우렁찬 울림에 정신을 차려보면 웅장한 움직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