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에는 구례 화엄사를 3번 방문했다. 3월 12일, 20일, 23일 3회에 걸쳐 시간대를 약간 달리해서 방문하였다.
코로나로 우울한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잘들 지내고 있겠지만, 이럴때일수록 가능한 방법을 찾아 햇볕을 많이 쏘이고 기분전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능하면 한적한 곳을 찾아 걷고 즐길거리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모두 건강에 각별히 주의 하시기 바랍니다.
성불하신 구례 화엄사 홍매를 찾아 보았다.
구례 화엄사에는 각황전과 원통전 사이에 검붉은 꽃을 피우는 홍매화가 본격적인 봄을 알린다. 같은 뿌리를 가진 2그루의 나무인지 아니면 한그루의 나무가 뿌리근처에서 갈라진 것인지 알수없으나 보통사람의 어깨 높이에서 다시 한번 합체를 거쳐 무성하게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 정원에 심어진 매화는 매년 사람이 가지치기로 다듬기 때문에 둥지의 굵기에 비해 키는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이 매화나무는 높이 치솟아 올라가서 3층건물 높이의 각황전 지붕과 어깨를 겨룬다. 특히, 이곳 화엄사의 홍매화는 검붉은 빛을 띠고 있어 “흑매”라고도 불린다.
2020-03-12
통도사의 홍매인 자장매와 순천 금둔사의 홍매는 한겨울에 핀다고 “납월매”라 하고, 산청삼매인 남명매와 정당매 그리고 원정매, 광양매화마을과 양산 순매원 등의 매화들은 봄을 재촉하는 매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화엄사의 홍매는 느긋하다. 서둘러 꽃을 피우지 않고, 다른 매화들이 열매를 맺기 시작할 무렵에야 꽃망울을 터트리지만 장엄하면서도 화려하게 피운다. 마치 산사의 석가탄신을 축하하는 등촉들의 선봉인양 그 위용이 대단하다.
대부분의 식물과 동물은 위기상황이 오면 번식에 열을 올린다. 자신의 목숨이 다하기 전에 자신의 분신을 빨리 만들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없이 사람들의 발길에 밟히고 채이는 산책로 길가의 민들레는 싹이 돋자 마자 꽃부터 피운다. 등산로 바위틈새에 뿌리박고 있는 소나무는 송방울을 유난히도 따닥따닥 붙이고 있다. 전쟁이나 재난이 있는 지역에는 출산율이 유난히 높다. 우리의 베이비부머 세대처럼…, 안전하고 여유롭고 풍요로운 환경에서는 굳이 나의 분신이 급하지는 않다. 요즘 우리의 젊은이들처럼…
화엄사의 홍매는 기름진 땅에 심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산사에서 나무에 특별히 어떤 모양새를 요구하지도 않고 그냥 자라는 대로 두어서 이토록 멋진 자태를 스스로 알아서 만들어 낸 것 같다. 과학적 관점에서는 그러하다. 그러나 스스로 깨달아 성불하는 스님들을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진사들은 이 멋진 매화를 담기위해 서울에서 부산에서 울산에서 전주에서 광주에서 너도나도 새벽길을 달려온다. 다행히 나는 가까이 사는 편에 속한다. 올해는 3번을 방문해서 다소나마 망에드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삼고초려”라고나 할까.
3월 12일에는 너무 일찍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주요 매화는 이때 쯤이면 대부분 만개하고, 꽃잎이 많이 날리는 시기라 그나마 좀 늦게 찾았지만 역시나 너무 빨랐다. 그래도 사람의 마음은 다 같겠지만, 이곳에서 수양하시는 스님도, 찾아오신 손님도, 아가씨도 아저씨도 열심히 덜핀 꽃몽오리라도 카메라에 담느라 열심이다.
3월 20일에는 하늘이 깨끗하고, 햇살이 이미 많이 퍼진 시간대에 도착해서 보니 많은 사진사들이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고 있었고, 다수는 아직도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나 역시 열심히 많은 사진을 찍었고, 집에 와서 컴퓨터로 확인한 결과 너무 빛이 강하고 특히 꽃잎에 비친 빛이 너무 강해서 꽃잎들이 세밀하게 묘사되지 못하고 뭉게지는 느낌이였다.
이날이 되어서야 구례 화엄사 각황전 앞의 흑매는 만개하였다. 아마 향후 1주일 정도는 수많은 사진사들과 상춘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것이다. 새벽시간 부터 수많은 사진사들이 각황전 뒤 언덕을 메우고 있고. 나도 그 악다구리 속에 겨우 눈치껏 삐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멀리 서울에서 온 사람,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울산 등등 내 주변에 자리잡은 사람들만 해도 전국구가 된다. 잠시 웅성거림과 고함소리들이 곳곳에서 들린다. 해가 뜨면서 촬영이 시작되고 주변에 사람들이 프레임에 끼어들고…. 난리가 아니다.
모두가 만족했으리라….
해뜨기 전의 매화
해뜨며 역광을 받고
해가 다 올라온 후
구례 화엄사에 멋진 홍매화가 핀다는 정보를 알게 된 이후로 정적한 시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처음 찾는 길이라 새벽에 갈 수는 없고 해서 아침 해가 돋고 약간 늦은 시간에 도착했는데, 각황전과 어우러진 왕성한 붉은 매화에 빠져들었다. 이 정도의 매화를 이 시기에 막 찍어서 매화의 명성에 누를 끼치는 것보다는 다음에 제대로 준비해서, 새벽시간부터 제대로 사진을 찍어야 되겠다는 생각에 몇 컷 찍고, 화엄사 여기저기 사진 몇 컷 찍고 돌아왔다. 2019-03-29
화엄사로 들어가는 문은 왼쪽에 사천왕상이 있는 문이 있고, 오른쪽에는 거대하고 육중한 철대문이 있다. 절의 규모에 걸맞는 대문같다. 절에 갈때마다 만나는 사천왕상에 대하여 무심코 지나다녔는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그 의미가 재미있어 간단히 정리한다. [사천왕 링크]
불교에서 말하는 세계의 중심에 존재하는 수미산의 네 방위를 수호하는 천부의 존재. 사대천왕(四大天王), 호세사천왕(護世四天王)이라고도 부른다.
동쪽: 비파를 들고 있는 지국천왕
남쪽: 칼을 들고 있는 증장천왕
서쪽: 용과 여의주를 들고 있는 광목천왕
북쪽: 보탑을 들고 있는 다문천왕
사천왕상의 지물(持物)은 나라, 시대, 지역별로 상이하므로 단정짓기 힘들다. 상기한 사천왕의 지물은 조선 후기에 들어서 일반화되었다. 다만 다문천왕은 삼국시대 혹은 남북국시대부터 보탑을 든 도상으로 일관되이 묘사된 듯하다.
입구를 지나 각황전에 이르는 과정에서 몇장을 더 찍었다.